오피니언

[류근원의 세상만사] 배구를 보며 국회를 떠올리다

수도일보 2023. 3. 14. 16:15

동화작가 류근원

프로배구 2022~2023시즌이 끝나가고 있다. 선수들의 고갈된 체력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애처로울 정도이다. 서로를 위해 다독거려주고 이를 악물며 뛰는 모습이 처절하리만치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뒷걸음질만 치는 국회의원들의 행태가 절로 떠오른다. 국회의원들이 이 선수들처럼 최선을 다해 뛴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존경받을까?

신이 내린 최대의 특권층 국회의원들이다. 그야말로 입 벌어지게 만드는 온갖 특권을 다 누리고도 엉뚱한 일만 저지르고 있다. 3월 초 더불어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임시국회 회기 중 베트남 연수를 다녀왔다. 오래전 약속된 연수이며 경비도 참석 의원 갹출로 해결했다고 하지만 고개 끄덕일 사람 하나도 없다. 이에 질세라 시의원들도 각종 연수를 핑계 대며 해외로 떠나고 있다. 위나 아래나 몰상식하긴 도긴개긴이다.

특권층은 사회적으로 특권을 누리는 신분이나 계급을 뜻한다. 헌법에는 평등의 원칙에 의하여 누구나 특권을 가지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예외로 인정되는 층이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외교관, 교원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정치인들, 특히 국회의원이 그 대표적 인물들이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불체포특권이란 국회의원이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 구금되지 아니하며, 회기 전에 체포 · 구금된 때에도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되는 헌법상 특권을 말한다. 우리 헌법이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부여한 것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 정부의 외압을 막기 위해서였다.

시대가 변했지만, 아직도 국회의원들은 이 특권을 자기 당의 입맛대로 써먹고 있다. 부끄러운 기색 손톱만큼도 없다. 이제는 이런 특권을 없애야 한다. 대선 공약으로 불체포특권 내려놓기를 단골 메뉴로 써먹던 주자들은 대선이 끝나면 늘 오리발 내밀기 일쑤였다. 꿀벌이 꿀을 마다하겠는가?

국회의원들이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의 방패막이를 얼마나 많이 이용했는지 우리나라의 정치사를 들여다보면 눈이 아플 정도이다.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은 국회의원들이다. 이들에게는 서릿발처럼 성역 없는 수사,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이제는 말로만 정치개혁을 떠들지 말고 진정한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 가장 먼저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폐지가 답이다. 다음으로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어마어마한 특권을 없애야 한다.

더이상 국회의원은 특권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사람답게 행동해야 한다. 특권 뒤에 숨어 국민을 우습게 보던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프로배구는 막을 내리고 다음을 기약할 것이다. 고갈된 체력과 함께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는 배구선수들을 보며 국회를 떠올린다. 존경받는 국회는 우리에게 신기루일까?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하루속히 국회의원의 특권이 사라져야 한다. 특권이야말로 우리나라 정치발전의 암적인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