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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 유년의 물소리

수도일보 2023. 3. 13. 16:04

 

이오장 시인

지난 것은 언제나 아쉽다. 그리고 아쉬움 속에든 환상은 항상 크다. 지나고 보면 다 부질없다고 하는 건 진정 부질없는 게 아니라 후회를 남기는 것은 병이 되므로 잊으라는 뜻이다. 삶은 과거와 미래의 중간에 있는 게 아니다. 현재는 그 중간으로 착각하지만 현재는 숨 쉬는 공간이므로 과거는 잊어야 하고 미래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삶은 미련을 버릴 수 없다. 회상으로 현재를 일으켜 세우지는 못하지만 그것으로 인하여 지금 얻은 것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가르침은 그래서 어렵고 미래의 희망은 클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생의 기본이다. 누구나 유년은 아름답다고 한다. 철이 없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도 최고의 행복 기간이다. 이견숙 시인은 유년의 물소리를 그리워한다. 누구나 갖는 것이지만 시인의 아름다운 추억은 맑고 경쾌하다. 이유도 모른 채 밖으로 내달리던 눈빛을 눌러 앉히질 못하고 생면부지의 모든 것이 빛나 보일 때는 세상은 온통 꽃동산이다. 세상은 내 것이고 보이는 것들은 모두가 찬란하다. 철들 무렵부터 사물의 이치가 보이고 보이는 만큼 만만치 않을 것을 깨달았을 때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믿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이때부터다. 삶은 힘들고 고달프다는 것을 아는 때가, 아름다움을 알았기에 현재의 상태에 유년의 색상을 입히지만 어제의 기억 속에 시간이 품었던 햇살은 소리를 내는 순간 사라지는 물장구라는 것을 깨닫는다. 삶은 누구나 평등하고 다를 수 없다. 그것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렇게 깨닫게 되면 생의 아름다움이 남는 게 아니라 철학적인 깨달음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