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마당] 노일이 밀려온 그 자리

수도일보 2023. 1. 30. 16:33

 

이오장 시인

하나의 삶을 끝까지 유지해온 노장의 현실은 암울함도 아니고 침묵도 아니지만 이때만은 숨도 멈추고 함께 동조해야 한다. 그게 인생에 대한 예우다. 삶은 고난의 연속이고 내부에서 일어나는 고뇌는 현실을 외면하게 하고 고통으로 치닫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이기고 그 자리에 도달한 시인은 성인이다. 성인은 윤리적으로 완성한 사람을 말한다. 자기의 욕망을 채우고 사람 위에 서서 사람을 호령한 사람은 역사에 많지만 성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공자. 예수. 석가모니 등 남을 위하여 희생한 분들과 백성 위에 군림하지 않고 고난을 함께 하며 삶을 윤택하게 가꿔온 세종대왕 등은 성군이라 부른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드러난 성인이지만 드러나지 않은 성인이 훨씬 많다. 세상의 모든 가르침은 일반적인 보통의 삶에서 나오므로 삶의 대열 앞에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묵묵히 걸어왔던 분들이 모두가 성인이다. 이석룡 시인은 삶의 원로이고 시단의 원로다. 모든 것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남보다 앞서 바른길을 만든다. 그런 시인이 노을 앞에 서서 황혼을 맞이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본다. 해넘이의 섬광조차 눈 아래에 두며 먼 길을 걸어왔는데 땅거미는 어둠을 몰고 와 산야를 감싸고 삶을 둘러싼다. 허탈하다. 그러나 암울함은 없다.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의 삶은 이만하면 됐다는 자신감을 느낀다. 인생은 짧다. 그러나 그 과정은 너무 길다. 그 길을 걸어온 시인의 삶은 모든 사람의 귀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