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도 영남취재본부·기자
지난해 말, 청도군은 2023년 본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6천억 원을 돌파하며 경사를 맞았다. 올해 본예산은 지난해 5403억 대비 617억 원이 증가한 6020억 원에 달한다.
이번 예산안은 민선 8기의 공약사업 추진과 역점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의 마중물이 될 예정으로, 군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복지 안전망 구축, 지방소멸 위기 대응, 인구증가를 위한 정주여건 강화 등 군민의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다고 밝혔다.
예산이 높게 책정된 것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며, 군이 발표한 대로 군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꼼꼼하고 알뜰하게 쓰인다면 더할 나위 없을 소식이다. 하지만 정말로 모든 예산이 낭비 없이, 알맞은 곳에 잘 쓰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 예로, 지난해 말 완공된 청도군 매전면 원정 교차로의 조형물이 있다. 청도군은 2021년 11월 이 교차로 인근에 청도 랜드마크를 설치한다는 명목으로 조형물 설치사업을 시작했다. 이 조형물은 청도교에 아치형의 형태로 제작됐으며, 너비 30m, 높이 17m, 폭 2.2m 규모다. 한쪽에는 초록색, 반대 방향에는 주황색이 사용됐다.
해당 조형물에 투입된 예산은 설계비 1억5천만 원, 조형물 기초 4억5천만 원, 제작 및 설치 비용 10억 원 등으로 총 16억 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주민들 대부분은 이 조형물 설치와 투입된 예산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선적으로 조형물 자체가 청도군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부분이 문제다. 청도군 측은 해당 조형물의 모양이 청도천과 용각산에 대한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며, 색채는 새마을 운동과 청도 반시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 없이 보기에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또한 투입된 예산 역시 문젯거리다. 조형물 제작에 사용된 재료와 디자인의 예술적 가치 등을 고려하면 비슷한 조형물일지라도 사용되는 예산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타지역에서 제작한 비슷한 조형물과 투입된 예산이 4배 가까이 차이난다는 점 등을 들어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합하자면 청도군은 주민들이 반기지 않고, 청도군의 '랜드마크'가 되기에도 무리가 있는 조형물을 적절하지 못한 금액의 예산을 투입해 제작한 것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조형물이 갑자기 생겼는데, 16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다니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청도교는 청도시가지를 드나드는 관문이며, 인근에는 청도시장과 중심시가지가 위치해 있어 청도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취지는 좋았으나, 주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것에 예산을 낭비한 것은 분명한 문제다. 군 측의 해명 역시 주민들을 설득하기에는 불충분해 보인다.
예산을 많이 책정하는 것보다는, 정말로 필요한 곳에 꼼꼼하게 낭비 없이 쓰이는 것이 중요하다. 16억 원이 조형물 설치가 아닌 청도교 인근 상습정체구간 등의 정비에 사용됐거나, 청도시장의 정비와 안전 강화 등에 사용됐다면 청도군의 랜드마크 살리기에 더욱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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