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류근원.
유년 시절 부르던 동요 중 이상한 노래가 있었다. 달리기와 관련된 놀이를 할 때 불렀던 노래이다. 뒤처지던 친구들이 앞서 달려가는 친구들을 골려 먹던 노래였다.
“앞에 가면 도둑놈, 뒤에 가면 순경.”
노래로 대리만족을 채우던 유년 시절, 그러면서 경찰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21일은 제77주년 ‘경찰의 날’이다.
올 만큼 경찰이 어수선한 적도 없었다. 지난 문 정권은 검찰의 힘을 축소하고, 경찰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이른바 검수완박법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경제·부패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 범죄와 경찰공무원‧고위공직자수사처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로 대폭 축소한 법이었다.
검찰의 반발이 거셌다. 현 정부의 이른바 검수원복법으로 여야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볼썽사나운 언쟁까지 벌였다. 한 치 양보도 없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막가파식이었다.
지난 8월, 현 정부가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했다. 이번엔 경찰의 반발이 거셌다. 경찰의 반대 여론이 급기야는 집단행동으로까지 번졌다. 여당은 경찰의 집단행동을 ‘쿠데타, 권력의 지팡이’라는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뛰는 경찰 위에 나는 도둑, 부러진 민중의 지팡이’로까지 비난을 받는 경찰이었다. 여야의 정쟁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경찰이었다.
경찰의 어깨가 낮아질 대로 낮아지고 있다. 범죄현장에서 무기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뒷일이 두렵다. 잘못했다가는 징계는 물론 민·형사상 책임까지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경찰의 슬픈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테이저건과 권총은 현장 경찰관이 사용할 수 없는 장비, 범죄자가 유명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안타까운 경찰의 현주소이다.
이번 ‘경찰의 날’을 계기로 경찰의 낮아진 어깨를 올려주어야 한다. 그들에게 자긍심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찰이 되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찰을 위한 제대로 된 경찰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찰도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국민 곁으로 더 바짝 다가가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공정하고 올바른 수사로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
텔레비전 드라마 중 경찰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있다. 수사반장이다. 1971년 시작하여 1984년에 종영되었다.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후속작이 이듬해 부활, 1989년 10월 12일까지 무려 880회에 걸쳐 방영된 수사극이었다. 고정 출연진은 수사반장이 종영된 이후 명예 경찰관이 되었다. 경찰관의 고뇌와 현실, 명예와 자긍심이 한껏 어우러진 명드라마였다.
77주년 ‘경찰의 날’을 맞이하여 경찰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경찰을 비하하는 말도 사라져야 한다. “뛰는 도둑 위에 나는 경찰관.”이 되도록 국민과 정부 그리고 경찰이 한마음이 되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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