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장 시인
삶은 누구나 같은 무게와 넓이를 지니지만 개개인이 느낌은 전혀 다르다. 좋은 것을 주어도 좋은 줄 모르고 황량한 곳에 두어도 개척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결국 사는 것은 하기 나름이라는 결론을 이르게 되지만 아무런 정답을 내놓지 못하는 게 삶이다. 어떤 대답을 해도 정답이 되고 오답이 되는 삶은 그래서 힘들다. 이것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상황에 따라 달리 표현되기 때문에 정답이 있는 오답이다. 더구나 생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입장이라면 어떤 대답을 내놔도 정답이다. 지나온 삶의 과정을 기억하고 끄집어내어 펼치는 일은 가장 솔직한 고백이다. 곽문환 시인은 문단의 원로 시인이다. 80대 후반까지 살아오며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을지는 상상하지 않아도 보인다. 그 많은 작품이 문단에 발표되고 그때마다 절찬을 받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되돌아본 삶이 남은 삶보다 훨씬 많은 까닭이 아니라도 의젓하게 내려다보는 세상이 회한에 젖게 한다. 평생 흔들리고 막힌 일상들은 더 이상 견딜 수도 없고 찾을 수도 없는데 매서운 겨울 추위는 밀려들고 창가에 앉아 겨울나무를 바라보는 눈길은 힘이 풀린다. 이제 남은 소망은 하나 미음을 지우고 용서하는 일밖에 없지 않은가. 그것은 사랑으로 시작되어 사랑으로 끝맺음해야 할 일이다. 시인은 삶의 끝맺음하는 길을 찾았다. 사랑이야말로 무엇이든 포용하고 위로하는 양식이다. 오래된 몸짓으로 끝없이 펼쳐갈 하늘가에 그림자로 남을지라도 사랑은 삶의 전부라는 시인은 세상을 굽어보며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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