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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의 세상만사] 나를 움직인 진실 세상을 움직일 신문

수도일보 2023. 4. 5. 17:33

동화작가 류근원

4월 7일은 제67회째 맞는 ‘신문의 날’이다. 제67회 신문의 날 표어 대상작으로 ‘나를 움직인 진실 세상을 움직일 신문’이 선정되었다. 15자 내외의 짧은 글 속에 신문에 대한 촌철살인의 뜻이 그대로 담겨있다. 

신문의 날은 신문의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고 강조하기 위하여 제정한 날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이자 한글 신문인 독립신문과 관계를 맺고 있다. 독립신문은 독립 정신을 높이기 위해 서재필 · 윤치호가 1896년 4월 7일 창간했다. 그러나 수구파 정부에 의해 강제로 매각당하면서 1899년 12월 4일자 신문을 끝으로 종간하고 말았다. 창간 4년 만의 일이었다. 1957년, 독립신문 창간 61주년을 맞아 매년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해가 갈수록 종이신문의 발행 부수가 하향곡선을 타고 있다. 지하철 속 신문을 읽는 승객의 모습은 추억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다. 젊은 세대들은 말할 것도 없고 60대 이상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접하고 있으니 종이신문 독자는 더더욱 줄어들 수밖에…. 반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는 나날이 증가, 신문사를 적자와 침체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 인터넷신문만 해도 1000여 개가 넘고 TV 채널도 수십 개가 넘는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종이신문의 종말을 예고하는 학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기죽을 필요는 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경영을 국내의 신문사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 신문산업을 붕괴시킨다 해도, 뛰어난 분석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양질의 기사에 대한 수요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는 기업이다. 이코노미스트사는 지난해 3월말 결산기준, 118만5000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데 힘입어 전년 대비 매출이 12% 증가(3억4630만 파운드)했다고 연례보고서에서 밝혔다. 

이코노미스트지의 부흥은 매출 감소와 신규 수익 창출, 디지털 대응에 고민하는 한국의 미디어 기업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게 분명하다. 차가운 인터넷 뉴스보다는 따뜻한 종이의 느낌과 잉크 냄새가 번지는 종이신문의 중흥기가 올 수도 있다. 오래전, 지직지직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LP 레코드판이 CD판에 밀려 자취를 감춘 듯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복고 바람과 함께 LP 레코드판이 불티나게 다시 팔리고 있다. 종이신문이 그러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성공한 사례를 우리의 현실에 맞게 마케팅해야 할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2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신문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뉴스 이용률 상위 4개 매체는 텔레비전(76.8%), 인터넷 포털(75.1%),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20.0%), 메신저 서비스(12.0%)로 나타났다. 안타깝게도 종이신문 이용률은 겨우 9.7%에 불과했다. 

제67회째 맞는 신문의 날이다.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표어처럼 ‘나를 움직인 진실 세상을 움직일 신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산과 들이 봄빛으로 출렁이고 있다. 신문도 봄빛으로 출렁거리며 날아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