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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규의 칭찬합시다] 강도라고 도둑이라고 양심이 없는 것 아니다

수도일보 2023. 4. 10. 15:57

문학평론가 한정규

강도, 도둑 그들도 인간이다. 강도라고 절도라고 양심이 없는 것 아니다. 그들도 인정이 있고 잘 못된 짓인 줄 안다. 강도가 절도가 자식을 데리고 너 장차 강도가 되어라 도둑질을 해야 한다. 그렇게 가르치고 자식 기르는 사람 세상천지 있을 리 없다.

모르면 몰라도 자식 앞에서는 나! 너희들 아버지 도둑놈, 강도 아니다. 절대 아니다. 그런 짓 하면 안 된다. 나쁜 사람들이나 하는 짓, 세상에서 못 된 사람들이나 하는 짓, 그 짓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말할 것이다. 틀림없다. 

흉악한 강도 놈이 어느 날 으슥한 골목길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붙들고 칼을 목덜미에 들이대고 손들어 두 손 바짝 머리 위로 올려 하는데 그 행인이 손을 들지 않자 두 번 세 번 다그친다. 그 행인이 마지 못 해 저 지금 오십견이라 손을 들 수가 없어요. 미안합니다. 하자 그래! 나도 오십견인 터라 하고서 둘이서 길에 앉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들처럼 오십 견 이야기를 하다 헤어지면서 연락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며칠 뒤 강도가 연락을 해 와 만났다. 오십견 전문의가 있다는 병원을 함께 방문하여 치료를 받고 두 사람 치료비를 강도가 냈다는 믿기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또 도둑이 물건을 털기 위해 담장을 넘고 창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갔다. 안방에서 흘러나온 신음소리를 듣고 주위를 살피며 안방을 드려다 보았더니 한 노파가 배를 움켜잡고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그 것을 보고 노파를 붙들고 언제부터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고 묻자 노파가 장롱 쪽을 가리키며 그곳에 돈이 있으니 그 돈을 찾아 자기를 병원으로 데려다 입원시켜달라고 했다. 

그 노인은 자식이 없다고 했다. 가까운 친척이 있긴 있어도 연락할 수 없으니 무엇 ?하느냐며... 어서 돈을 꺼내 병원으로 데려다 주라고 했다.

도둑이 장롱 속을 뒤져 보았더니 돈이 든 자루가 있는데 적지 않게 천만 원도 훨씬 넘었다. 그 도둑은 돈을 보자 갈등이 생기기도 했으나 우선 그 할머니 목숨을 살려놓고 보아야겠다 싶어 병원으로 전화 입원을 시켰다.

병원에서 보호자? 그렇게 묻자 망설이다 그렇다고 했다. 보호자 확인이 필요한 서류에 날인까지 했다. 도둑질 하려 담장을 넘었다. 생면부지의 할머니 보호자가 되고 집에도 가지 못하고 할머니 간호까지 했다.

1980년대 초 서울 중심가 주택가를 돌며 부자 집이나 권력으로 세상을 우지좌지 하는 집만을 골라 물건을 훔쳐 헐벗고 굶주린 집 담장 너머로 나누어 주고 다녔던 도둑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자신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그 위험한 도둑질을 했던 것이 아닌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해서 했다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취지야 백번 천 번 좋다 하자 그러나 도둑질을 했다는 것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칭찬받을 만한 짓은 아니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목적이 좋다고, 악을 선으로 미화시킬 수는 없다. 악도 선을 위해서 필요할 때가 있다하더라도 선을 빙자한 악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오십견 환자와 병원을 함께 간 강도나, 할머니 목숨을 구해 준 도둑이나, 가진 자의 것을 훔쳐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 준 절도, 그 들이 비록 흉악한 강도요 못된 도둑이라고는 해도 그들도 인간이다. 

그런 건 천성인 선이 있어서다. 후천성이 선천성을 지배할 순 없다. 선이 악으로 변했다 해도 악은 순간일 뿐 다시 천성인 선으로 회귀한다. 

강도도 도둑도 양심이 있어서 훔치고 빼앗는 것 나쁘다는 것 안다. 그리고 그들도 감성도 이성도 있다. 슬픔도 눈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