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마당] 벚꽃

수도일보 2023. 4. 3. 18:00

 

이오장 시인

삶이 허무하다고 느끼는 나이는 대략 60세부터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40대에도 허무를 느낀다. 무엇인가에 크게 실패하고 난 부작용이다. 사람은 삶의 전체가 허무하다. 만족하지 못하는 본능 때문이다. 작은 것을 잃고도 실망하고 젊은 혈기로 만난 연인에게서도 실망감을 느껴 허무하다고 한다. 세계의 명시 중에 허무를 거론한 작품이 많은데 그 시를 쓴 시인이나 작가들은 대략 30대 후반이었다. 이것으로 봐서 허무는 일상으로 느끼는 영장류의 감정이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계절의 변화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나이 들어감을 허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70대 후반이다, 더구나 봄에 피는 꽃을 대한다면 그 감정은 더 크게 작용한다. 특히 벚꽃의 수명을 5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때 꽃을 대하는 노인이라면 허무의 감정을 더 많이 노출한다. 서봉석 시인도 마찬가지다. 80대에 접어들어 그런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벚꽃은 일시에 피었다가 한꺼번에 지는 봄의 전령사다. 여름이나 가을에 느끼는 허무함보다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 잎 두 잎 지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떨어져 날린다. 이런 날에는 아무나 붙잡고 술 한 잔 하고픈 간절함이 저절로 생긴다. 세월은 오면서 가는 것이지만 사람은 가는 것만 보인다. 오는 것은 당연하고 가는 것은 서운함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을 극복한다면 계절의 변화에 꽃이 진다는 것을 허무하게 느낄 필요는 없다. 꽃 지면 열매를 맺지 않은가. 그러나 가는 것을 슬프고 세월의 변화를 주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 현재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