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마당] 개떡 같은 세상

수도일보 2023. 2. 20. 15:52

 

이오장 시인

코로나19는 전 인류를 위험에 빠뜨려 기진맥진시켰다. 이제는 스스로가 지쳐 오든지 말든지 자포자기 상태까지 몰고 간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막을 수 없으니 그냥 함께 살려는 자세를 갖게 하였다. 면역력, 말이 그렇지, 몸속에 가두고 함께 사는 게 면역력이다. 병마를 이기는 게 아니라 달래는 것으로 영원히 종식할 수 없는 바이러스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 시인은 시를 쓴다. 기쁨에 쓰고 슬픔에 쓰는 시를 병마와 싸우느라 쓴다. 수많은 코로나 시가 탄생하여 우리를 헛웃음 짓게 하지만 김재하 시인의 시는 헛웃음 짓게 하지 않고 슬프게 하지도 않는다. 위트가 넘치고 효도의 정신이 투철한 작품으로 손색없다. 개를 떠올려 보자. 개망초, 개펄, 개활지, 개지랄, 개떡 등 많은 말이 존재한다. 개는 넓다는 의미다. 넓은 들판을 가리키고 다루지 못할 만큼의 크기를 말한다. 망초는 국가가 망할 때 들어와 들판을 차지하여 얻은 이름이고 크다는 의미다. 쑥은 그런 들판에 가득하고 때만 되면 돋아나 허기를 달래주던 풀이다. 이제는 풀을 넘어 약초의 대접을 받고 곡식이 모자라던 춘궁기에 모자란 곡식 가루에 쑥을 버무려 찐 떡을 말한다. 그 시절을 살아온 세대는 개떡의 추억을 잊을 수 없고 어머니의 사랑을 몸서리치게 느낀다. 그런 개떡을 쪄서 맛있게 먹는 시절이 왔는데 망할 코로나가 찾아들어 요양원의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니 시인은 개떡 같은 세상이라고 푸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머니는 언제 오실지 모른다. 그래도 어머니가 좋아하는 개떡을 쪄서 꽁꽁 얼려놓겠다는 시인은 효를 다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잊지 않는다. 달곰한 맛을 좋아하는 어머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