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류근원의 세상만사] 가재는 게 편이더라

수도일보 2023. 2. 28. 16:48

동화작가 류근원

수상한 연기가 국회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그것도 선한 미소 뒤에 감추어진 국회의장의 입에서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 대통령, 대법원장과 함께 삼부요인으로 대접받는 직위이다. 임기 2년 중 당적을 가질 수 없다.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국회 내 질서와 사무를 감독하기에 철저한 중립이 요구되는 국회의장이다. 그런 그의 입에서 국회의원 증원이라는 말이 자꾸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총 299명이다. 국회의장은 라디오 정치 프로그램 대담에서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에 대한 그의 소신 발언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평생의 과제,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하며 그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발언을 요약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의원 수가 부족하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30~50석 증원을 한다. 대신 5년간 국회의원 인건비를 동결로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게 과연 현 시국에 합당한 말일까? 합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혐오감만 주는 국회의원들의 자질을 보면, 오히려 국회의원 수는 줄여야 맞는 말이다. 그의 입에서 증원과는 반대인 축소라는 말이 나왔다면, 국민은 얼마나 환호를 할 것인가. 정치사에 오래 남을 절대 공감을 받을지도 모른다.

국민의 무서운 질책을 피하기 위한 인건비 예산 동결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우매한 발상이다. 인건비 동결 카드를 믿는 국민이 있을까? 국회의원, 그들은 전생의 업보처럼 싸우다가도 세비 인상 같은 저들의 신상에 득이 되는 문제에는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곤 했다. 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이었다.

국회의원은 9명의 보좌진에 억대 연봉, 사무실 제공, 연금 등 특혜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지난 1월에는 국회 본회의가 딱 한 번 열렸다. 수두룩 쌓인 민생 법안 하나 처리하지 않은 채 세비와 수당은 알뜰하게 챙겼다. 얼굴 두껍기로 세계 토픽감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본회의마저 팽개치고 해외 관광성 연수까지 다녀온 국회의원들도 많았다. 이게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현주소이다.

의원들의 억대 연봉과 특혜에 분노하는 게 아니다. 나라를 발전시키기에 솔선수범 협치하고 힘을 모으면 국민은 분노하지 않는다. 오로지 민심 갈라치기와 당리당략에 치우쳐 싸우기만 하는 그들의 행태에 분노하는 것이다.

지역과 세대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국회의장의 발상은 설득력이 없다. 어불성설이다. 의원 수를 늘릴 게 아니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게 국민의 소리다.

우리 속담에 ‘가재는 게 편이다.’라는 말이 하나 틀리지 않는다.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국회는 한 치 앞 보여주기를 거부하고 오로지 정쟁만 일삼고 있다. 여당의 전당대회가 어수선하고, 민주당도 당 대표 체포 부결 등 조용할 날이 없다. 북한은 지난 20일 서해상에서 방사포까지 발사했다.

정치인들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 저질 국회의원을 보면서도 국회의원 증원 타령이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