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동반자관계, 법·제도적 보호 필요한 시점

수도일보 2024. 4. 24. 16:01

일본 사법부, 최근 동성혼 부인(否認)에 위헌 결정
미국, 1985년부터 동반자관계 복지프로그램 시행
국회입법조사처, 동반자관계 관련 보고서 발간

올해 3월 일본 삿포로 지방재판소 앞에서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동성혼 금지가 위헌이라는 법원의 결정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 Marriage For All Japan

우리나라는 동성혼을 허용하지 않는다. OECD 회원국 중 일본과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공화국, 튀르키예와 함께 동반자관계(동성 동거)나 사실혼을 법·제도적으로 보호하지 않는 6개 국가에 속해 있다. 그러나 올해 3월 일본 사법부가 동성혼을 부인하는 것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머지않은 시점에서 일본도 동성혼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동성혼에 관한 법·제도적 부인(否認)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가장 피부에 닿는 이유는 피부양자로서의 자격을 갖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혼도 법·제도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혼인을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우리나라에서 동반자관계는 상속, 건강보험 피부양자등록, 연금수급, 주택임차권 승계 등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되지 않는다. 경제공동체를 꾸릴 수 없다는 것.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예로 들면, 그 대상을 가족으로 한정 짓고 있으며, 그 범위에도 제한을 두고 있다. 우선 배우자는 가장 확실한 피부양자로 인정받고 있으나, 부모나 자녀 등의 직계 존·비속의 경우에는 각각 동거, 미혼 등의 사유가 충족돼야 한다. 또 형제자매의 경우에도 나이를 30세 미만이나 65세 이상 또는 장애인 등의 특별 조건을 만족해야만 피부양자 자격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고등법원은 지난 20202월 동반자관계와 사실혼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판결하면서, 사실혼 대상에게 조건을 부여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줄 수 있다면, 동반자관계에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피고인 건강보험공단이 상고를 함에 따라 대법원의 판결을 최종적으로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 법원 역시 동반자관계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2이슈와 논점’ 2230호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동반자관계에 대한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 기준 OECD에 속한 모든 국가가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올해 기준으로 보면 24개국(38개국)이 동성혼을 합법화한 상태며, 이스라엘과 폴란드, 헝가리는 동반자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보고 있고, 또 이탈리아와 그리스, 체코,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등 5개 국가는 등록동반자 제도를 도입해 법·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6개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다수 국가가 동반자관계를 법·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은 1982동반자관계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면서, 1985년 최초로 버클리시에서 고용근로자의 동반자관계 복지프로그램을 시행한 바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월트 디즈니, IBM, 뱅크 오브 아메리카, 제록스, 쉐브론 등 유명 기업들은 1980년대부터 자발적으로 동반자관계 복지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정적 부담은 적은 반면, 제도 도입에 따른 우수 인재 채용 등의 부가적 이익이 훨씬 큰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비친족 동거가구원의 수가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에 동반자관계 복지프로그램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맞물려 현재 제21대 국회에는 생활동반과 관계에 관한 법률안2건 발의돼 있는 상태로, 법적 가족관계는 아니지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는 관계로서 여타 사회구성원과 차별 없는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점차 넓게 퍼지는 많큼 이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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