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경제

1만원은 민망 5만원은 부담… 고물가 시대 세뱃돈 얼마 주나

수도일보 2023. 1. 9. 16:52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전날 서울시 물가조사 모니터단이 조사한 ‘올해 설 차례상(4인가구 기준) 구매비용’ 결과에 따르면 올해 대형마트 구매비용은 전년대비 4.0% 오른 27만9326원, 전통시장 구매비용은 22만8251원으로 전년대비 6.3% 상승했다. 전통시장에서 차례상 장을 보면 대형마트에 비해 약 18%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 비용 줄여도 세뱃돈 감액 애매
나이 마지노선 고민도 매년 반복

 

내주 설 연휴를 앞두고 아이들은 세뱃돈을 기다리며 기대감에 부푼 반면, 고물가 상황 속 가계 부담이 늘어난 어른들은 다소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유독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보니 명절 음식과 세뱃돈 지출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5.1%를 기록했다.

올해도 전기요금 등 각종 물가가 줄줄이 올라 가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명절이 마냥 달갑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세뱃돈은 차례상 준비 비용, 외식비 등과 달리 액수를 줄이기 애매하다는 점에서 주된 걱정거리다.

한 주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권을 미리 준비하려고 하는데 액수가 고민"이라며 "원래 3만원씩 주고 싶었지만 3만원씩 5명이면 15만원이다. 1만원씩 주기는 그렇고 15만원 지출은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40대 주부는 "설 연휴 지출 비용을 정리하다가 물가가 너무 올라서 깜짝 놀랐다. 제사 비용도 걱정인 데다가 용돈에 세뱃돈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생활비를 최대한 아끼고 열심히 냉장고를 털어서 버텨야겠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직장인 이모(51)씨도 "어른들 사이에서 세뱃돈을 생략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었는데 관행 상 어려울 것 같고 다른 건 다 줄여도 세뱃돈 액수를 줄이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며 "물가가 오른 만큼 더 주면 좋겠지만 평소처럼 주되 예쁜 봉투에 넣어서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담이 크다 보니 몇 살까지 세뱃돈을 줘야 할지 마지노선을 고민하는 이들도 적잖다.

경기도 광주에 사는 한 주부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인 조카의 경우 경제 활동을 기준으로 세뱃돈을 주는지, 생략하는지 궁금하다"며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려도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돈을 벌기 시작한 조카가 있는 반면 아직 공부하느라 돈을 벌지 않는 조카도 있다. 또 대학생은 성인이니까 아예 주지 말라고 하는데 매년 고민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학생과 직장인 구별 않고 10만원씩 준다. 생략하면 마음이 더 불편해서 허리띠를 졸라 멘다", "결혼 전까지는 준다" 등 반응이 나왔다. 반면, "대학교 입학할 때 크게 한번 준 이후로 더는 주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매년 비슷한 고민이 반복되는 가운데 대안으로 1만원권과 5만원권 사이 2만원권 또는 3만원권을 발행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직장인 이모(51)씨는 "요즘 1만원은 세뱃돈으로 주기 민망하다"며 "초등학생 이하 조카에게 5만원은 부담스럽고 몇장 꺼내기에는 좀스러워서 십수년전 1만원에 대한 대체제로 2만원 또는 3만원권이 나오면 유용할 것 같다"고 했다.

3세 조카를 둔 한 20대 직장인도 "미국에 20달러가 있지 않나"라며 "조카 세뱃돈으로 3만원권 한장 주면 적당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