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배봉산에는 모든 것이 있다

수도일보 2022. 8. 10. 17:13
배봉산 지역주민들의 현장 이야기
배봉산 숲속도서관. /서울시 제공

 

올해 여름의 배봉산은 자연과 함께하는 둘레길에서 산책하는 어르신들과 배봉산숲속도서관에서 더위를 피하며 책을 통해 마음의 양식을 쌓는 지역주민이 가득하다. 도서관 옆 열린광장에는 야외물놀이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배봉산 정상에 위치한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42호인 ”배봉산 보루“가 말해주듯, 배봉산은 서울의 중요한 요새로 기능하여 2015년까지 군부대가 자리 잡아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던 곳이다.

배봉산 숲속도서관. /서울시 제공

 

군부대 철수 이후 2018년 배봉산 둘레길, 2019년 배봉산 숲속도서관, 그리고 올해 7월 배봉산 야외물놀이장이 조성되어 지역주민의 몸과 마음건강을 지키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무더운 여름, 자연과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에서 휴양을 즐기는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보았다.

 

”기존 컨테이너 도서관에서 책과 음악이 함께하는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덕분에 마음의 양식과 일상의 휴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커다란 통창으로 보이는 자연경관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줄 수 있는 카페는 배봉산 숲속도서관만이 갖고 있는 큰 장점이지요.“ - 심영숙(56세, 답십리동)

 

”배봉산은 동대문구의 자랑“이라고 말씀한 심영숙(56) 어머니는 배봉산 둘레길을 오르며 몸의 건강을 챙기고, 시원한 도서관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는다고 한다.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딱딱한 도서관이아닌 북카페 형태의 도서관이라서 보다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고.

배봉산 숲속도서관. /서울시 제공

 

또한,빅북서가 · 공동육아방 등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잘되어 있어 유모차를 끌고 오시는 어머니들의 안락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심영숙 어머니는 도서관과 더불어 배봉산 둘레길이 지역 어르신들의 사랑방이라고 이야기하여,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배봉산 둘레길에 올랐다.

약 4.5km 코스의 배봉산 둘레길은 경사가 완만하여 어르신들이나 유모차를 끄는 어머니들까지도 충분히 둘레길을 거닐 수 있었다. 푸른 나무들이 우거진  둘레길 사이로 있는 체육시설과 어르신들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쉼터는 배봉산 둘레길이 어르신들의 사랑방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또한, 우거진 나무 사이로 길게 뻗어있는 황토길은 맨발로 다닐 수 있게 조성하여 자연 속에서의 힐링을 느끼게 해준다. 길을 걷다보면 배봉산 이름에 대한 역사를 알 수 있는 비석을 발견할 수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배봉산은 사도세자를 처음 안장한 영우원이 있던 곳인데, 효자였던 정조가 이곳을 지날 때마다 절을 올리니, 백성들도 따라서 절을 하고 갔다는 것에 유래하여 이름을 ”배봉산“으로 지었다고 한다. 배봉산의 역사를 알아가며 정상에 도착하니, 서울의 드넓은 풍경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어르신을 만날 수 있었다.

 

배봉산 황토길. /서울시 제공

 

”저기 보이는 북한산같은 곳은 경관이 좋아도, 나이 든 사람은 오르지 못해요. 우리같은 사람들한테는 완만한 배봉산만 한 곳이 없지요.“ - 정순희(66세, 장안동)

 

배봉산 정상에서 만났던 정순희(66)어르신은 배봉산에 오르며 건강을 챙긴다고 하신다. 얼마 전에는 동대문구에서 진행한 ‘힐링 산책길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매일같이 배봉산 둘레길을 걸으셨다고. 송파구에서 동대문구로 이사를 오셨다는 어르신은 송파구에는 배봉산 같은 곳이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주변 친구들에게도 배봉산을 소개해 주신다고 하신다.

배봉산 수영장. /서울시 제공

 

이렇게, 어르신과의 즐거운 인터뷰가 끝나고 둘레길을 내려오는 길,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린다. 지난 7월 15일에 개장한 배봉산 야외물놀이장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다.

 

”높은 여행물가에 아이를 데리고 여름휴가를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는데, 동네에 저렴한 야외물놀이장이 조성되어 걱정을 덜었습니다.“ - 양영동(29세, 장안동)

 

아이와 함께 즐거운 물놀이를 즐기고 있던 양영동(29) 어머니는 사회적거리두기 해제로 여행수요가 많아지면서 높아진 여행물가와 어려운 숙소예약으로 고민하던 중 배봉산 야외물놀이장 조성되어 휴가지를 물놀이장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멀리 여행을 가게되면 아이가 자동차를 오래 타야 해서 힘들어했는데, 집 앞에 물놀이장이 있어 더욱 좋아한다고. 어머니와 같이 물놀이를 하던 위보아(6) 어린이는 ”매일매일 물놀이장에 놀러 와서 물총도 가지고 놀고 미끄럼틀도 탈 것.“이라고 말했다.

배봉산에서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오는 시간, 황량했던 배봉산이 모든 지역주민의 힐링공간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배봉산을 내려오며,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시던 어르신의 한마디가 떠오른다. ”배봉산에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다.“ 무더운 여름, 자연과 문화가 함께하는 배봉산에서 일상의 힐링을 즐기는 것은 어떻겠는가.

배봉산 운동시설. /서울시 제공